@hategeto_
주술회전/고죠게토


0






「 좀 재미없지 않아? 」




마침 할 일이 없었다. '너네 별명이 뭐인 줄 알아?' 저번 모임에서의 대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CF를 찍으러 가는데 이동 시간이 길었고, 사토루가 웬일로 잠에 빠져서 심심했으니까. 우리의 별명이 뭐길래- 궁금증이 들었을 뿐이다.


하랏타레 본점 별명, 사토루 별명, 게토 별명... 뉴스, 블로그, 사진들 아래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계정도 보인다. 시시껄렁한 잡담들. 반에서 자기 별명이 사토루라던가, 시덥잖은 글들 뿐이다.




그래서 우릴 뭐라고 부르는거야? 스구루는 인터넷 세계와 동떨어진 27살이었다. 화면만 몇 개 뒤적거리다 폰을 끄려던 차에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다.




이름은 이모티콘, 아이디는 @hategeto_. 팔로워는 631명. 스구루는 2731개의 글이 있는 타임라인을 내린다. 사토루의 개인 팬인지, 아니면 그저 스구루가 성에 안차는 건지 온통 욕 밖에 없다. 앞머리가 이상하다느니 귀걸이가 구리다느니 눈이 작다느니- 그딴 외적인 것부터, 예능에서 악의적으로 편집한 클립 영상을 증거로 인성이 덜됐다느니 싸가지가 없다느니. 하다못해 만담으로도 까인다. 


맹하니 있는 사토루를 클로즈업해놓고 「파트너가 너무 못해서 당황하는 사토루」라는 코멘트. 스타일, 목소리, 실력, 성격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공격 대상이었다. 몸 안에 도는 세포마저 욕하는 듯했다.




보지 않는게 낫다. 신경쓰지 않는게 좋다.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사람의 심리라는게 참 이상했다. 사토루는 잔다. 매니저는 배려 차원에서 입을 닫고 있으니 차 안은 라디오 소리조차 없는 고요였다. 적막은 충동을 끌어올렸다. 스구루는 내려놨던 휴대폰을 다시 든다. 




처음의 감상 :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나를 싫어할까.




몇몇 글들은 제법 반응이 좋았다. 간혹 스구루를 쉴드쳐주는 말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의하는 편이었다. 몇 개 글을 읽는 사이 또 팔로워가 늘었다. 632명. 그렇구나, 632명이나 공감하고 있구나.




특별히 화가 나거나 속상하진 않았다. 스구루는 사토루와 달리 미움받는데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연연하는 편도 아니었다. 속마음으로 이건 그럴 수 있고 이건 억울하네, 혼자만의 판정을 내리다가 관둔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무슨 상관이란 말야.




별명이 뭐였는지 결국 알 수 없었지만 더 볼 기분이 아니었다. 






1






-짝짝짝..




홀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스구루는 내심 비웃었다. 누가 뭐라고 하던 경연 프로그램만 나가면 1등은 따놓은 당상이니 마음 쓸 필요 없다. 벌써 몇 번째 받는 상금에도 사토루는 매번매번 하이파이브를 졸랐다. 




"이예이~"




박수는 더 커진다. 꽃가룬지 뭔지 모를게 휘날리고 불빛은 반짝거렸다. 사회자의 엔딩 멘트, 흘러나오는 노래. 박수는 끊이지 않는다. 한 걸음 앞의 사토루는 보여주기용 판넬을 막 흔들었다. 스구루는 입가에 미소를 띈다. 딱히 신나진 않았다. 1등은 많이 해봤으니까. 아무 감흥 없지만 그래도 웃는다. 관객들이 떠날때까지 그래야 했다.




"..."




계정의 팔로워는 어제서야 700명을 웃돌았다. 관심을 끌려고 했지만 자기 전엔 가끔 생각났다. 그야 그리 커다란 악의는 처음 겪어본 탓이다. 박수는 끝났고 사람들은 떠났는데 귀엔 끊임없이 남아있다. 스구루는 가만히 서있었다. 귓가에 맴도는 소리가 끝나길 기다린다. 입꼬리는 내려가지 않았다. 




"스구루, 뭐해? 가자."


"아, 응."




정신은 순식간에 돌아온다. 무대 위엔 어느 새 스구루와 사토루 뿐이었다. 발 밑에 어질러진 각종 장식들. 종이를 얇게 자른 것부터 스프레이, 물기가 좀 있기도 했다. 치울려면 고생이겠구나. 공연 효과로 보일 때는 정말 예뻤는데, 꺼져가는 조명 아래서 보니 그저 쓰레기였다.






"갈수록 상금 짜지네~ 삼백만 엔이라니."


"뭐 어때서 그래. 그 동안 상금 우리가 다 쓸어갔는데."


"당연하지. 너랑 나님께선 최강이니까."


"나님 좀 안쓰면 안 돼? 생방송에서 말할까봐 무섭다."






1-1






「 양심 있으면 상금 다 사토루 줘라 」


좋아요 38.




팔로워는 704명.






2






개그맨을 시작한 계기가 뭐였을까? 시작은 고등학교 축제 때. 반끼리 다같이 짠 개그 쇼에서 둘이 제일 호응이 좋았다. (번듯한 외모 덕분이었을진 몰라도) 축제가 끝난 뒤에도 둘은 붙어다니면서 가끔 농담을 했다. 가벼운 대화에도 주변에서 웃어주는 게 즐거웠다.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사람들의 웃음이려나. 많이 웃게 하고 싶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면 좋겠다. 언젠가의 예능에서 비슷한 대답을 한 기억이 있다. 그렇군요- 멋지네요. 마이크를 이어받은 사토루는, "돈 버는거에 무슨 의미가 필요해?" 한 마디 하고 야유받았다. 




의미는 중요하지, 사람에 있어서는. 스구루는 행동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필요한 사람이다. 삶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없이 흘러가는 건 질색이었다. 사토루는 웩-, 눈 한번 뒤집어 깔았지만 스구루를 욕하진 않았다. 




「 가식 ㅋㅋ 웃겨 」




스구루의 인생관은 의미로 이루어져 있다. 이렇게 하는 의미, 저 말을 하는 의미. 아무튼 듣기에 좋아보이는 거. 27년 세월간 그는 대부분의 일에 의미를 붙이며 살아왔다. 몇가지 예외-의미없는 일들-는 모두 사토루와 연관됐다. 첫째로 시험 바로 전 새벽까지 무슨 이상한 RPG게임한 날. 세이브를 다 날려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된다는 걸 새벽 1시 53분에 깨달았던 때.




「 차라리 정직하게 말하는 사토루가 더 호감 」




둘째로 신체검사 전 날 갑자기 뷔페에 가자고 조르는 바람에 다녀왔던 거. 평소보다 체중이 2kg 더 나가서 앞자리가 바뀌었다. 그닥 수치에 신경쓰는 편은 아니었지만 체중 재는 전 날 굳이 뷔페에 가고 싶진 않았다. 




「 개그맨인데 좀 더 재밌는 답 못하나 」




사람들의 미소를 볼 때면 이 직업이 의미있다고 생각해요... 클립 속 스구루는 웃는 얼굴로 같은 말을 반복했다. 가식도 뭣도 아니었지만 구태여 익명들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그거야말로 의미없는 짓이지. 이런 걸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없는 일이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팔로워는 784명,


785명.






3






같은 개그맨 후배가 있다. 졸졸 잘 따라다니던 녀석. 원래 배우를 지망했다가 하라혼을 보고 개그맨이 되고 싶어졌다고, 낯간지러운 말을 쉽게 해대던 애. 22살의 하이바라는 동갑 나나미의 손을 잡고 개그맨으로 데뷔를 했다. 같은 소속사지만 인지도는 한참 낮다.




5년의 차이가 꽤 큰지 하이바라는 제법 문명을 휘어잡았다. 사토루는 니가 할애비같은거라고 놀렸지만 스구루가 보기엔 하이바라가 돌연변이였다. 핸드폰을 질리지도 않고 들고 다닌다. 




"악플요? 아- 있기야 있죠."


"그래?"


"그래도 알아봐주는게 기쁜 마음이 더 크다고 해야하나? 하하! 악플도 싫지 않아요, 그래서."




하이바라는 밝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대단한 녀석이구만. 스구루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리고, 남들 얘기는 원래 잘 신경 안써요. 그 시간에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할 수 있는 일... 멋지네."




나도 너처럼 되고 싶다. 한마디 하니 하이바라는 네? 저는 선배처럼 되고 싶은데요? 순수하게 말했다. 말했었다.




그랬던 하이바라.








"... 고향에 내려갈까 해요. 오랜만에 여동생 얼굴도 좀 보고..."










스구루의 잘못은 아니었다. 소속사가 나빴지. 하지만 원인 제공은 스구루였다. 아니, 100%는 아니지만.




연예인이라면 한번쯤 거쳐지나갈 스캔들에 스구루는 또 휘말렸다. 나 또 기사났어, 사토루는 태평하게 "또야? 그러니까 그냥 나랑 같이 살자니까?" 되도않는 소리를 뱉었다. 




"이번엔 전처럼 쉽게 안넘어갈거 같은데..."




문제는 이번이 네번 째에, 이번 상대가 신인 10대 아이돌이라는 데에 있었다. 27살♡18살?! 거지같은 헤드라인들이 뉴스를 장식했다. 하필 그 때 세상은 너무 평화로워서 스구루의 열애설이 아니면 '두부는 정말 콩으로 만들어졌나?' 따위의 읽기 싫은 기사뿐이었기에 엄청 불타올랐다.




사토루에게만 알려준 멘션 앞은 기자가 웅성웅성, 경연 프로그램을 나가면 상대 팀이 나이차 9살 커플 풍자 개그. 스태프들이 쳐다보고, 관객들도 쳐다보고, 카메라도 쳐다보고. 아이돌 소속사에선 '상황 판단 중입니다.' 글 하나만 띡. 




열애설로 불거진 원인은 그 아이돌이 올린 사진이다. 사진 자체는 심플했지만 반지를 끼고 있었다. 이제껏 악세사리라곤 헤어핀, 목걸이, 귀걸이가 다였는데. 우연찮게도 스구루가 매일 끼는 반지랑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네티즌은 분석했고 사토루는 보자마자 억지라고 난리를 쳤다. 




"똑같은 반지일리 없잖아!"




스구루가 낀 건 가격표를 보면 꺅 소리가 절로 난다. 사준 건 물론 왁왁대는 사토루였다. 자기가 해명해주겠다며 매니저 허락도 안받고 마구 써댄 글에 되려 사람들은 더 의심했다. 




그 반지가 얼마짜린줄 아냐, 쟤가 그런 걸 살 수 있겠냐.




정정. 불거진 원인은 사토루에게 있었다. 네티즌들은 단번에 'G가 게토 맞나봐' 확신했다. '비싼 반지를 사줬나 봐', '결혼하는 거야?', '고죠도 삼각관계야?' 별별 이상한 소리들. 뉴스 댓글만으로 기가 쭉 빠졌다. 당사자보다 옆의 친구가 더 화내면서 이 뭔기잔지 저기잔지 죽여주냐고 물어봤다.


스구루의 대답 : 됐어. 그 사람들 죽여봤자 의미 없으니까.




신인 아이돌은 '게토의 그녀'라며 갑작스레 떴다. 그쪽 소속사가 대응을 미룬 이유기도 했다. 맞다 아니다 말하는건 미루고 애매하게 던져주니 실시간 트렌드에 그 아이돌 이름이 올랐다. 리코쨩.




한동안 스구루는 일을 못 나갔다. 광고니 뭐니 불러주는 데도 없었고, 다음 시즌 경연 프로그램까지는 공백이 있었다. 사토루는 대신 그만큼 바빴다. 친구가 날라다닐 때 인터넷 세상은 몇년 전 게시글까지 뒤져서 기어코 스구루를 로리콤으로 만들어냈다. 어처구니없는 짜집기, 혼자 있는 스구루는 그만 보고 싶었지만 정신이 들면 폰을 잡고 있었다. 하이바라를 돌연변이 취급할 때가 아니었군.




소란은 의외로 며칠 내 사그라들었다. 상대 소속사가 답을 내놨다. 열애설은 인정, 하지만 상대는 다름. 지목된 건 쌩뚱맞게도 하이바라였다. 스구루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고 열심히 일하고있던 하이바라도 마찬가지였다. 사장끼리 뭔 합의를 한건지 이야기는 이상하게 흘러갔다. 헤드라인은 바뀐다. 22살♡18살?! ㅡ27살보다는 덜 자극적이었다.




하이바라는 지명도가 낮다. 상대가 초 거물 개그맨에서 듣보잡으로 바뀌자 네티즌은 빠르게 등을 돌렸다. 스구루가 찐이라고 우기는 사람도 몇몇 있었지만 반응은 적었다. 작작좀 하시죠, 어쩌고저쩌고. 갑자기 등장한 '나는 아닐 줄 알았어'라는 사람들.




다행히도 리코쨩은 한 번 뜨고나서 실력으로 쭉 상승세였다. 하이바라는 잠깐 관심을 받다가 말았다. 둘은 3개월 뒤 이별했다고 선언했지만 관심가진 기자는 한 명뿐이었다. 정말 사귀지도 않았건만. 잠잠해지고 나서, 하이바라는 말했다. 저 은퇴하려고요.






3-1






스구루는 기사가 사그라든 후부터 천천히 일로 복귀했다.




"살 너무 빠졌는데?"


"많은 일이 있었잖아."


"그건 그렇지만- 오늘은 고기 먹을까?"


"면 먹고싶어."






3-2






팔로워는 1631명.






3-3






-짝짝짝...




박수, 함성은 여전하다. 스캔도 한 두번이 아니고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었던 몸이다. 그러나 스구루는 개그에 더 이상 의미를 찾기 힘들어졌다. 할 때는 잘 해도 끝나고 나면 허무했다. 박수 소리는 이명으로 변하고, 그러다가도 다시 크게 들리곤 한다. 




하하하. 




웃는소리. 스구루는 대본을 외우면서, 표정을 연기하면서, 이러면서 저러면서 생각했다. 개그맨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일. 사람을 웃게 하는 일.




팔로워는 1631명. 어쩌면 플러스 알파.




누구를 웃게 하고 싶은 건가.




웃는 사람들. 세 보면 1631명 정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빽빽하게 늘어서있다. 자지러지는 소리가 거슬린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 무대 위에 올라서면 생각보다 사람들은 안보이고 조명이 더 눈에 띈다. 빛을 그대로 보면서 다시 생각해본다. 만담을 하는 이유,




누굴 위해서?






4






"설명해."




9월, 스구루는 못 참고 사표를 냈다. 하이바라의 은퇴 이후 1년 후였다. 되려 1년 열심히 참았다고 칭찬해주길 바란다. 그 계정은 비활성화되어 사라졌지만 마지막 봤던 숫자는 3천명이 넘어 있었다. 3천명 중 몇 명은 또 엇비슷한 계정들을 만들었다.




알고 있었다. 사토루도 만만치않게 안티 계정이 있다는 걸. 업뎃되는 글들의 반절은 찌라시고, 아니면 그냥 헛소리 뿐이라는 걸. 그냥 쉽게 특정인을 깎아내리면서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될 컨텐츠에 불과하다는 걸. 그러나 알고 있다 해서 태연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




살은 모두가 알아볼정도로 빠져 뭘 먹어도 붙질 않았다. 무리한다고 생각했는지 스구루 개인에겐 일을 주지 않았다. 반면 사토루는 예능인지 광고인지 여러곳에 잘도 나가고 언젠가는 더빙 성우까지 했다. 사토루가 바쁜 틈에 스구루는 사표를 던졌다. 수리되지 않았단 건 눈 앞의 사토루가 증명했다.




"사장님한테 들었잖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이유라도 들어보자. 사직서를 받은 사장이 물었다. 제가 웃을 수가 없어서요, 대답에 사장은 의미를 모르겠네- 했다. 그래, 알겠어, 나가 봐. 문을 향해 걷는 뒤로 터치음이 들렸다.




"웃을 수 없다는게 뭔데?"


"말 그대로야. 내가 안웃긴데 남을 어떻게 웃기겠어."




개그맨 탈락이지. 사토루는 멍하니 스구루를 바라본다. 만담은 매번 훌륭했다. 둘은 매번 1위를 했다.




"...왜 나한테 먼저 말 안했어?"


"... 그건 미안. 너 바쁘니까."


"바빠도 그렇지! 팀이잖아! 너랑 나!"




당연하다. 사장도 난감했을 테다. 사토루에게 당장 좀 뜯어말려보라고 얘기한 듯 싶었다. 스구루는 사토루가 화내는 걸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웃기지만.




"나는... 이미 결정했어. 관두기로. 때리고 싶으면 때려."


"때...!?"




눈 앞에서 패드립을 해도 꿈쩍않던 사토루. 그런 사토루가 세상에 그런 모욕이 어딨냐는 얼굴로 달달 떨었다. 스구루로선 주먹을 꽉 쥐길래 때리고 싶은 줄 알았다.




"...."


"...."


"...나는 안관둬."




한참이나 노려보던 사토루는 그랬다. 니가 관둬도 나는 계속 할거야. 관둔다고 한건 자긴데도 스구루는 괜히 상처받았다.




"다른 파트너 없이, 나 혼자 계속 할거야. 이 이름 그대로."




그리고선 사토루는 그대로 나갔다. 그 날 중 사표는 수리됐다. 스구루는 한동안 또 인터넷을 달구게 될테지만, 이제 정말 상관 없는 일이다. 채 닫히지 못한 문 사이로 바람이 분다.






4-1






"웃겼다- 개그맨도 좋네."


"할래? 직업으로. 나중에.같이."


"난 상관없는데. 진심이야?"


"진심~! 너랑 나님만 있으면 뭐든 다 된다니까. 하다가 안맞으면 딴거하자."


"나님이란 말 좀 그만써."


"콤비명 생각해보자!"


"무시하지마. 최소한 어른들 앞에선 저요, 제가요, 하는거야."


"콤~비~명~"


"콤비-...네이션 피자."


"우웩. 개그맨 때려치자."


"갑자기 짜자고 해도 뭐 어떡하라고."


"사스~가는 어때? 사토루스구루~는 역시~라는 뜻."


"별론데. 소개할 때 이름 말해야되잖아. 「안녕하세요, 사스가입니다.」는 좀 웃기지않냐?"


"난 좋은데. 별론가?"


"그러고보니 이 앞 맥도날드, 본점이래."


"엑? 진짜야?"


"우리도 본점 붙이자"


"엑? 진심이야?"


"1호같은 느낌이라 뭔가 좋잖아"


"스구루의 좋다는 기준은 잘 모르겠어.... 그럼 사스가-본점?"


"나야말로 니 좋다는 기준을 모르겠는데."


"영화라도 보면서 천천히 생각하자."


"뭔데? ... 링? 나 이거 봤어."


"우와- 왜 혼자 봐?? 치사해!!"


"옛날에 봤어."


"옛날이어도 치사해!!! 나랑 같이 안한건 다 치사해!!!"


"대체 뭔소리야..."


"먼저 죽어도 천국 빨리가지말고 내옆에서 기다렸다 같이가. 나 두고 먼저 천국가는건 용서못해."


"대체 뭔소리야?"


"반대로 내가 먼저 죽으면 스구루 옆을 계속 돌고있을게."


"유령 사토루... 제령해야지."


"너 가끔 너무해."


"그렇네. 제령-본점 할까."


"뭔소리?"


"우리 콤비명."


"이제 뭐든 상관없어~ ...근데 이 영화 유령 언제나와?"


"나-중가서."






4-2






사토루는 원맨 토크쇼로 노선을 틀었다.






5






은퇴한 스구루는 적당히 한적한 데로 이사했다. 가급적 인터넷을 쓰려 하지 않았다. 치료를 받으려 간 병원에서는 공황장애 끼가 있다고 했다.




병원 대기실 티비에선 이따금 개그 채널을 켜뒀다. 가끔의 가끔 사토루의 토크쇼가 방송됐다. 스구루가 나가던 말던 사토루는 계속 인기 절정이고, 혼자서 최강에 이르렀다.




이젠 기억도 안나는 그 계정이 옳은 것 같다. 스구루는 방송에 열중했지만, 이름이 호명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진료실로 들어가는 뒤로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박수소리가 연이어 들려서 끊기질 않았다.






5-1






의사는 동안이었다. 또래로 보이는 그녀는 그렇게 상냥하진 않았지만 가만보면 정이 많았다. 정신과 의사로는 별로 안어울리세요. 무심코 무례하게 말해도 그러냐고 하는게 다였다. 스구루는 첫 번째 진료로 이름을 외웠다. 




"쇼코."


"선생님."


"쇼코 선생님-."




친숙한 의사 덕에 스구루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쇼코의 조언을 받아 봉사활동에 참여할 정도는 됐다. 봉사활동은 좋아, 의미 있으니까. 




봉사활동할 데를 찾다보니 청소년 보호 센터가 눈에 띄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한 곳은 과연 시골이라 그런지 개판이었다. 다같이 왕따 게임을 즐기는데 센터장도 다른 봉사자들도 죄다 모르는 척 시치미였다. 


그 달의 왕따는 쌍둥이였는데, 저번 달도 그랬고 다음 달도 그럴거라고 끼리끼리 웃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복도 끝 독실 안에 갇혀서 훌쩍훌쩍 우는 소리. 밥도 주지 않는댔던가, 다들 먹고 남은 잔반을 준다고 했던가. 




스구루는 그딴 걸 못본 체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6






센터에서 빼내온 쌍둥이는 15살이 됐다. 미미코와 나나코-. 처음 데려왔을 때가 13살이었으니 이제 스구루가 30살이다. 은퇴하고 나서 2년, 스구루는 쭉 인터넷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물론 그 혼자만의 규칙이고 자라나는 여중생들은 최신 폰이며 노트북이며 뭐며 바리바리 해다 바쳤다. 그간 상금을 죄다 털어온 게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셋다 손가락이나 빨았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육아는 고되고, 두고 온 사토루 생각은 잘 나지 않았다. 천방지축 중삐리들은 낡고 지친 성인을 휘어잡았다. 그 덕에 멍한 머리가 여러 일정들로 빼곡해져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게토님, 오늘은 이거 해요, 게토님, 주말엔 저거 해요. 게토님, 마중 와 줄거죠. 게토님, 게토님, 게토님.




병원에도 발길을 끊은지 1년이 되어가니 티비로도 못본게 그쯤인가. 미미코와 나나코는 연예인엔 별 관심이 없던지 동물원가서 판다를 보고 싶다니 크레이프를 먹고 싶다니 다른 얘기만 했다. 별 걱정은 들지 않았다. 사토루는 잘 살겠지. 




스구루는 근처 절의 스님 일을 도우면서 지냈다. 그리고 파트타임. 시골은 2년 사이 그래도 이것저것 들어섰다. 집에 있는 토끼 두 마리는 새로 생긴 카페의 얼그레이 스콘과 무슨무슨 티라미수를 먹고싶다고 아주 노래를 불렀다. 마침 가는 길에 보이길래 퇴근길에 들러 보니 스콘은 없고 티라미수만 딱 하나 남아있었다.




"감사합니다."


"아!!!!!!!!"




계산을 하고 보니 딱 들어온 앳된 커플이 비명을 질렀다. "어? 없어요? 품절?" "나 먹고 싶었는데~~~!!" 계산대 옆에 서있는 180대의 거구는.보이지도 않는지 쇼케이스에 들러붙어 하나 남은 티라미수가 포장되는 걸 쳐다봤다. 인형뽑기할때 사토루도 저렇게 보곤 했지... 




"죄송합니다, 오늘은 이제..."


"우리 내일 아침에 가는데- 여기 몇시에 열어요?"


"11시 오픈이에요"


"앙- 늦잖아! 유타, 나 슬퍼..."




유타는 어리버리 여자친구를 껴안았다. 그리고선 스구루를 쳐다봤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스구루는 케이크 상자를 뒤로 숨겼다. 




"저기... 아저...형?"


"아저씨?"


"아뇨! 아뇨아뇨, 형! 형... 그...저기... 저희가 오늘 잠깐 놀러온 건데, 여기 카페가 유명해서- 그- 티라미수가 엄청 맛있다고 하는데, 리카쨩...제 여여여여.여.여자친구...앗, 미안.야.야야.약혼....자가 티라미수를 엄- 청 좋아해서..."


"미안하지만..."




스구루는 그대로 나가려고 했다. 먹성좋은 여중생 둘론 티라미수 하나도 모자르겠지만 남은 게 이거뿐이었으니 어쩐다- 고민하는데, "악!! 잠깐만요!!" 유타가 불러세웠다.




"왜?"


"그냥은 아니고- 저기, 이거 드릴테니까.."




그리고서 유타는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를 내밀었다. 




"쓰레기통은 저기야."


&


arrow_upward